오버정우기의 괴악차원 2호점



본격 교도소 미연시 (35) ~아오카 린 루트- (5)~ [完] 소설

2. ...린을 부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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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의 자그마한 몸이 무너져내린 순간,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든다.

"린---!"

세이카 씨와 함께 부축해 든 린의 몸은 한줌도 안될 정도로 가벼웠다. 그 가벼움에 놀랄 새도 없이, 세이카 씨로부터 빼앗듯이 린을 받아 안았다.

"이 아이는 제가 데리고 나갈테니까요! 여기에서 일단 나가죠!"

"아...하지만, 로쿠로 씨가 아직..."

"내 걱정은 안해도 좋아. 수녀님-"

타이밍 절묘하게 세이카 씨와 나의 귀로 들려오는 퉁명스러운 음성.

뒤를 돌아보면, 연기 속에서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모양새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게 아닌가.

"사, 살아 계셨습니까?!"

"로쿠로 씨...! 많이 다치셨군요!"

기겁을 해서 외치는 나와, 눈을 크게 뜨고 근심어린 표정이 되어 종종걸음치는 세이카 씨.

"됐어!"

피에 물들고 갈기갈기 찢긴데다가 반쯤 그슬린 옷차림을 해서, 로쿠로 씨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젓는다. 실로 만신창이의 몰골을 하고서는 아직도 박력이 넘치는 노인네였다.

"안 뒈졌으니까 됐어! 이정도야 약간 긁힌 정도지. 그건 그렇고 헐레벌떡 달려왔더니 벌써 다 끝나버렸잖나."

로쿠로 씨는 기절해서 나에게 안겨있는 린을 흘겨보았다. 그 눈빛이 꼭 요절을 내주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반사적으로 린의 몸을 꽉 끌어안고 말았다.

로쿠로 씨는 코웃음을 쳤다.

"뭐...좋아, 좋아. 얘기는 일단 밖에 나가서 하지. 그런 꼬맹이 따위에게 신경쓸 때가 아니지. 잡도리해야 할 년은 따로 있으니까 말씀이야... 수녀님, 나가자."

"아, 넷!"

가볍게 노인이 말하고, 세이카 씨가 그 뒤를 따랐다. 나는 잠시 망연해 있다가 세이카 씨의 손짓을 보고서야 헐레벌떡 린을 안고 쫓아간다.

"......"

지상으로 올라가기 전, 나는 문득 특별 수감동을 돌아보았다.

불길에 휩싸이고 연기로 가려져, 이젠 더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특별 수감동의 복도... 지난 며칠간 이곳에 익숙해진 나에게 그것은, 어쩐지 비감스러운 광경이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여기에서의 근무...

며칠동안의 근무지를 뒤로 하고 세이카 씨의 뒤를 좇아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나는 내심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던 것이었다.

* * *

.
.
.

가볍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눈을 떴다.

"......"

머리가 지끈지끈, 안쪽에서부터 터져나갈듯이 아팠다. 눈꺼풀을 몇번 깜박거린 다음에야 제대로 된 윤곽을 잡기 시작한 나의 시야에, 무언가 이상한 물체가 들어오고 있었다.

뭔가 몽실몽실하면서도 폭신폭신해보이고, 꼭 모빌처럼 내 눈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린다.

...뭐지, 이거? 새로운 수면 보조기구?

어쨌든 눈을 뜨자마자 시야의 대부분이 가려져 있다는 건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되는대로 손을 뻗어, 그 알 수 없는 물건을 옆으로 치워내려 했다.

"꺄?!"

귓가에 울려오는 놀란 듯한 소리.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쩐지 잘 치워지지 않는 눈 앞의 장애물을 밀어내기 위해 손으로 덥석 움켜쥐었다.

그나저나, 정말 뭐야, 이거? 직접 만져보니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데다가 한 손으로는 쥘 수도 없을 정도로 크잖아. 도대체 사람 눈 앞에 이런걸 매달아놓는 경우가 어디에...

"세, 세이지 교도관-?"

비몽사몽의 정신상태로 악전고투를 벌이던 나에게, 구슬픈 목소리를 내어오는 누군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깨달은 순간, 나는 남아있던 잠기운이 반쯤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세이카...씨?"

문득 손에서 힘을 빼었을 때, 가려져 있던 시야가 돌연 확 트였다. 지금까지 내 눈 앞에 있던 이상한 물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에 묘하게 붉어진 세이카 씨의 얼굴이 다가든다.

"일어나셨군요, 세이지 교도관...다행입니다."

아직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의 이마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와닿는다. 세이카 씨가 손을 내밀어 나의 이마를 짚고 있는 것 같다.

"음...저기, 세이카 씨. 어떻게 된거야...? 여기는 어디고?"

세이카 씨의 손길은 도로 잠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았지만, 생각해보면 어째서 내가 깨어난 옆에 세이카 씨가 있는건지 모를 일이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더듬더듬 물어본다.

"아, 여기요? 병원이랍니다. 어디에 있는 병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세이카 씨는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환한 미소에 잠이 조금 더 달아난 것 같았다.

"병원...?"

"네, 기억 안나십니까? 어제 거기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아아."

코 끝에 매캐한 냄새가 감도는 듯한 느낌으로, 나는 기억해냈다.

...그래, 분명히...화재가 일어난 특별 수감동으로부터 탈출한 끝에, 간신히 안전지역까지 가서...

"......"

...그 다음부터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아마 그즈음에 기절해버린 모양이다.

뭐, 그 불구덩이 속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 연기를 듬뿍 마셨으니까 말이지. 과연, 깨어났을 때 머리가 깨질 것 같던 건 그 때문이었나. 그렇군.

적당히 납득하면서, 나는 세이카 씨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내가 누운 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있는 세이카 씨의 몸에는, 내가 입고 있는 것과 같은 병원의 환자복이 입혀져 있었다.

"에...근데 뭐냐, 세이카 씨는 왜 내 병실에?"

"엣?"

세이카 씨는 화들짝 놀랐다.

"에, 저... 그게, 저는 별로 나쁜 곳이 없는데도 주위에서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해서 일단 입원은 했지만...! 역시 아무래도 가만히 누워있기에는 죄송스러워서! 그래서 세이지 교도관의 병실에 찾아왔지만요-"

"......응. 뭐, 알겠으니까, 세이카 씨."

요는 세속적으로 말해서 '아프지도 않은데 누워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놀러왔습니다' 라는 것 같다. 알았다고 말했는데도, 세이카 씨는 여전히 횡설수설하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 그런데 막상 와보니 세이지 교도관은 자고 있고...제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고...그래서 침대맡의 이불보를 정리하고 있었는데...그, 그랬는데...!"

말을 할수록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하는 세이카 씨. 어쩐지 양 손을 가슴에 댄 채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으로 말을 더듬고 있다. 뭔가를 말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내놓는 말은,

"...그랬는데, 세이지 교도관이 일어나버린겁니다...!"

"............그렇습니까."

미안,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 세이카 씨.

세이카 씨의 눈빛이 꼭 내가 일어나기 전에 무슨 짓을 했다는 것 같아서 신경쓰이지만, 구태여 캐묻지 않기로 했다.

참, 그것보다-

"그런데, 세이카 씨..."

세이카 씨는 아직 석연치 않은 기색으로 주춤거리고 있지만, 다른 것을 묻기 위해 말을 걸었다.

"네, 무슨---"

<똑똑똑->

세이카 씨가 고개를 끄덕일 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실까요...?" 라고 중얼거리며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세이카 씨. 덕분에 질문의 기회를 놓쳐버린 나는 허탈하게 입을 다문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한가지...어제 내가 안고 탈출한 린이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으니 당연히 병원에 실려와 있겠지만, 지금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정도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특별 수감동에서의 근무는 어떻게 되는걸까, 라는 것도.

뭐, 두번째 것은 세이카 씨에게 물어봐야 아무 소용 없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세이카 씨가 문을 열고 바깥의 방문자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듣고 있었다.

"세이지 교도관-"

잠시 후 세이카 씨가 돌아왔다. 기쁜 듯한 얼굴을 해서, 낭보를 전하는 전령처럼 말해오고 있다.

"세이지 교도관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교도관이 여기에 입원해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오셨다고."

"손님---?"

누구지? 내가 여기 입원해있는 걸 알다니. 그렇다면 형무소 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스즈하라 선배인가? 아니, 선배라고 해도 구태여 근무시간 중에 문병을 오지는 않을 것 같지만...

머리를 굴려봤지만, 느닷없는 방문객이 누구인지는 쉽게 추측해낼 수 없었다. 아리송한 기분이 되어서, 방실방실 웃고 있는 세이카 씨에게 묻는다.

"저기, 세이카 씨. 미안하지만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이라도..."

"어머나, 저예요. 세이지 씨."

세이카 씨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성큼 침대 옆으로 다가서는 한 명의 여자.

검은 색 정장을 입고 안경을 쓴 이지적인 외모의 미인을 본 순간, 나는 켁! 하는 소리를 냈다.

아니, 그도 그럴게-

"호, 호리사카?!"

"후후훗, 그래요, 요코랍니다. 세이지 씨."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나에게 눈웃음을 치는 여자.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그것은 특별 수감동에 수감된 사람들 중 하나인 호리사카 요코가 틀림없다.

어째서 형무소에 있어야 할 이 녀석이, 정장까지 차려입고 여기에 나타나는거냐---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솟구쳐올라온다. 하지만 호리사카가 한발 빨랐다.

"정말이지,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걱정했어요. 이렇게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우후후."

"으......"

아가씨처럼 우아한 목소리와는 별개로,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의 옆구리를 꼬집는 호리사카. 덕분에 신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찌푸리게 된 나를 향해, 호들갑을 떨며 고개를 숙여오고 있다.

"어머나, 왜그러시죠~? 역시 아직 완쾌되지 않은 거군요! 가엾게도..."

"너, 인마...대체..."

<꼬집->

옆구리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난데없이 괴상한 목소리를 내는 녀석 덕분에 마음이 괴로웠다. 대체 무슨 짓이냐고 따져묻기도 전에 내 옆구리를 한번 더 쥐어뜯으며, 호리사카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됐으니까, 저기있는 수녀님 밖으로 내보내. 빨랑."

"뭐...?

이 녀석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둘이서만 이야기해야 할 게 있으니까. 아무 핑계나 대서 빨리 쫓아보내. 안그러면..."

"아, 안그러면?"

"자기소개할거야. 세이지한테 속아서 몸도 마음도 재산도 뺏기고 애까지 낳은 가엾은 여자라고- 저 수녀님, 되게 순진하게 생겼다, 그치?"

".........저기, 세이카 씨---?"

"아, 넷!"

나는 재빨리 세이카 씨를 불렀다. 우리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세이카 씨가 반색을 하며 대답했다.

"...그, 저, 뭐냐. 미안한데, 모처럼 와준 친구이니까 뭔가 대접할 거라도...돈이라면 내가 낼테니까, 세이카 씨 것도."

"네, 맡겨주십시오. 친구분께는 무엇을...?"

"아, 전 유부우동으로 부탁드려요."

"유부우동?!"

소리치는 나를, 호리사카의 손가락이 다시 꼬집었다. 세이카 씨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다녀올테니 기다려주십시오!"

명백하게 어색한 내 태도에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냥 둘이서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잠시 나가주십사 해도 수락해주었을 것 같다.

"......"

어쨌든 세이카 씨는 기쁜 얼굴로 방을 나갔다.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호리사카는, 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혀를 쑥 내밀며 웃는다.

"풋, 세이지한테도 속아넘어가다니, 세계문화유산급의 바보네. 저여자."

"야, 인마..."

흔쾌하게 유부우동사러 나가준 세이카 씨에게 사과해, 당장 사과해.

"하지만 세이지도 참...기껏 댄다는 핑계가 그런걸까나. 정말, 그래서야 금방 다시 돌아올게 뻔하잖아. 뭐, 됐어. 유부우동 사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테니까, 그 사이에 이야기할 수 있겠지."

네 녀석의 유부우동은 그냥 먹고 싶어져서 무리하게 꺼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만. 호리사카에게 힐난의 눈빛을 보내며, 나는 헛기침을 했다.

"그나저나, 둘이서만 이야기해야 할 거라니. 뭐야? 넌 어떻게 여기에 있는거고?"

세이카 씨가 나가고 비로소 손가락을 풀어주는 호리사카에게, 나는 궁금해하고 있던 것을 물었다. 호리사카는 세이카 씨가 앉아있던 의자에 털썩 엉덩이를 주저앉히면서,

"글쎄...그냥 뭐.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총정리하는 시간이랄까나, 앞으로의 대책 강구라고 해야 할까나... 특별 수감동이 어떻게 처리될지, 세이지도 궁금하지 않아?"

"......!"

당연히 궁금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호리사카가 어째서 여기 있을 수 있는건지에 대해서는 어찌됐든 좋다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일으키는 나에게, 호리사카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었다고나 할까. 풍비박산이 났다고나 해야 할까- 이것 참, 막막하네."

"엉망진창이라니?"

"어제 특별 수감동에 불이 났었잖아. 그것도 엄청 크게."

호리사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장난 아닌 화재였으니까...아무리 기밀 유지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덮을 수가 없었달까나. 특별 수감동에 대한 일이 약간 누설되어버린 느낌이라."

"...누설되다니, 누구한테?"

어벙한 표정이 되어있을 나를, 호리사카는 흘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누구긴 누구야. 히메노츠지의 아가씨랑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지!"

"영감...?!"

카악, 이빨을 드러내며 성내는 호리사카를 보면서, 나는 역시 사오리 특별 수감동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감탱이라니, 누구?

"이시하라 로쿠로. 그 괴물같은 노인네 말이야."

"...아, 아아."

나는 '이시하라 로쿠로'라는 아직 귀에 익지 않은 이름보다, '그 괴물같은 노인네' 라는 말에서 호리사카가 누굴 가리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특별 수감동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누설된게 뭐? 잘못된건가?"

생각해보면 내가 로쿠로 씨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세이카 씨와 친분이 있다는 것 정도다. 구체적으로 뭘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뭐, 어제 언뜻 본 그 덩치나 박력을 생각해보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도 든다만, 어쨌든.

"흥."

나의 물음을 듣고, 호리사카는 코웃음을 쳤다.

"하긴 세이지는 그 영감태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간단히 소개하자면 히메노츠지 타케시의 친구였던 사람이야."
 
"히메노츠지, 타케시의..."

히메노츠지 타케시라면 사오리의 가문...그러니까 히메노츠지 가문의 현 당주일 터였다. 죽을 날이 멀지않았다는 그 노인의 친구가 로쿠로씨였다니.

"전직 군인. 미국 특수부대 소속이었던 걸 히메노츠지 타케시가 돈으로 데려왔지. 친구라고도 부하라고도 할 수 있어. 수십년 간 타케시의 손발로 일했는데, 당연히 가문 내에서 발언력이 상당하지. 어떻게 보면 히메노츠지 가문의 무력과 비밀을 한 손에 쥐고 있었던 남자니까. 가문의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어."

"하아..."

그저 놀랄 수 밖에 없는 나를 앞에 두고, 호리사카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투덜거렸다.

"히메노츠지 가의 아가씨에게는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이고... 그 꼬맹이와 직접 맞붙어 싸운 노인네한테는 얼버무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정말, 이게 뭐야? 이게 전부 다 세이지 탓이야."

"어째서 거기서 내가!"

불쑥 이쪽의 이야기가 튀어나와서 반박해버렸다. 호리사카는 그런 나에게 찢어져라 눈을 흘기며,

"이게 다 애초에 그 린인가 뭔가 하는 꼬맹이가 난리를 피워서 이렇게 된거라고. 그 어린애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같이 죽자고 불까지 지르고 덤벼든거야? 정말 믿을 수가 없네."

"윽---"

오해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의 책임하에 있는 린이 큰일을 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마침 린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잔뜩 화가 나있는 듯한 호리사카의 눈치를 보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보니...린은 어떻게 됐지?"

"죽지는 않았으니까 염려 마. 여기 옮겨지고 나서 바로 수술 들어갔다는데 아직 죽었다는 소리 없는 걸 보면 잘 됐나보지."

잔뜩 토라진 소리로 대답하는 호리사카. 그 대답에 일단 안심하면서도 한마디 더 물어본다.

"저기 말이지..."

"하?"

"...그럼, 린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

"그거야, 세이지가 더 잘 알텐데?"

호리사카의 음성은 싸늘했다. 꼬아앉은 다리의 방향을 휘릭 바꾸면서,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이미 수십 건의 살인 전적이 있던 중범죄자가 이제 다시 교도관을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지. 도대체 그 꼬맹이가 어떻게 되는건지는, 세이지가 나보다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

물론 알고 있다. 호리사카의 말마따나,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호리사카에게 물어본 것은, 린이 구원받을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인지 확인해보기 위함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야 겨우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는데,

간신히 세이카 씨를 만나서 나이에 맞는 평범한 소녀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얻었는데, 앞으로 평생 구속복을 입은 채로 독방에서 살아가야 하는거냐, 린은...!

린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에서 린을 보아온 나로서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이었다. 그런 나의 심정을 눈치챈건지, 호리사카는 약간 누그러진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뭐, 세이지가 그 어린애한테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이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을거야. 호죠 언니, 지금 죽을 정도로 화나 있으니까. 그도 그럴게 그 꼬맹이 하나 때문에 계획은 반쯤 무너지고 괴물같은 노친네한테 추궁이나 받게 되어버렸으니..."

호리사카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그 꼬맹이는 호죠 언니가 쓸 일이 있을까 싶어서 무리하게 데려온건데 이런 대형사고를 칠 줄이야. 돌아버릴 일이지. 이제 쓸모도 없게 되어버렸으니 상처만 다 나으면 어딘가로 송치해버려야겠네. 어디서 저런 재앙덩어리가-"

혀를 차며 탄식하는 호리사카.

그러나 나는- 방금 전 호리사카가 한 말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묻는다.

"...어이. 쓸 일이 있을까 싶어서 데려왔다니. 그건 무슨 뜻이지?"

"...어머나?"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호리사카는 어눌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치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린 것처럼.

"무슨 소리일까나~ 난 별로 그런 소리 한적 없는데. 잘못 들은거 아닐까나?"

"...이봐..."

평소의 능글능글한 녀석과는 너무 동떨어지게 어수룩해보인다. 짐짓 당황하는 척 하고는 있지만, 결국 호리사카가 그 말을 꺼낸 건 일부러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이쪽에서 보챌 필요 없이 호리사카는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하지만 린에 대한 일로 마음이 조급해져버린 나로서는 한번 더 재촉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됐으니까, 빨리 말해...!"

"이것 참, 어쩔 수 없네."

내가 예상한대로, 호리사카는 끝까지 시치미를 떼지는 않았다. 그녀가 못이기는 척 해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특별 수감동에 갇혀있는 사람들... 나를 포함해서 전부 언니가 꾸미고 있는 일에 써먹으려고 모아놓은 거였으니까."

"호죠 소장이, 꾸미고 있는 일...?"

"그게 뭔지는 말해줄 수 없고."

호리사카는 헤죽 웃었다.

"어쨌든 거기 있던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언니가 직접 데려온 거야. 잘 보관해두면 언젠가는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거지. 실제로 거기 갇혀있던 수감자들 중에 한 명이 어떤 일을 일으킬 수 있는지, 세이지도 이번에 똑똑히 봤잖아?"

"......"

나는 어제 린이 특별 수감동을 태워없애버린 것을 생각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세이카 씨는? 세이카 씨를 어디에 어떻게 이용한다는거야?"

"이시하라 로쿠로와 친분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당연히 이용가치가 있고말고."

호리사카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번 일에도 세이지가 살아날 수 있었던 건 결국 로쿠로, 그 영감탱이 덕분이잖아. ...호죠 언니는 세이지를 살려보기 위해서 그 영감탱이가 들어가는 걸 놔둔 모양인데 그게 큰 실수였지. 설마하니 특별 수감동의 정신나간 꼬맹이가 그 괴물 노친네를 상대로 그렇게까지 물고늘어질 줄은 몰랐거든. 덕분에 그 괴물 영감탱이도 특별 수감동에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만거야."

호리사카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지만, 나로서는 얼른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어렴풋이 린을 구원해줄 방도가 보인 것 같다는 느낌으로, 나는 호리사카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특별 수감동의 일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

"......"

호리사카는 잠시 침묵했다. 자신도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는 투로,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글쎄...자세한 건 언니의 결정이 나와야 하겠지만. 아마 특별 수감동이라는 체제 자체는 붕괴되겠지. 아까도 말했지만 이미 쓸모가 없어졌으니까. 수감되어있던 사람들은 모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할거야."

"그러냐..."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막상 듣고 나니 가슴이 쓰렸다.

생각하고 있던대로 특별 수감동이 해체된다고 하면, 그렇다면-

"...저기,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명색이 특별 수감동의 관리자였던 나에 대한 처분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나 역시 원래 있던 근무처로 돌아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일단 어제 일어난 대소동에 나의 책임이 상당히 있는 것이다. 독방에 갇힌 수감자와 어울려 놀다가 수감동을 태워먹은 걸 추궁당하면 해고, 아니 형사처벌로까지 일이 번질 수도 있다.

"......"

꽤나 큰일이 되었다고는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나 자신의 일로 닥쳐오게 되니 한층 더 실감나는 위기상황이었다. 새삼스럽게 무거운 한숨을 쉬는 나에게, 호리사카는 턱 밑을 긁으며 대강 말했다.

"뭐어, 세이지는 아마 높은 확률로 해고되겠지. 적어도 여기 사이기쿠 형무소에서는 근무하지 못하게 될걸?"

높은 확률인거냐!

나는 고개를 푹 떨궜다. 자기 자신도 너무 성의없었다고 생각하는 건지, 호리사카는 쯧 혀를 찼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먹고 살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보상해 줄테니까.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어."

"...정말로?"

눈치를 살피며 묻는 나. 고개를 까닥이는 호리사카.

"정말로. 물론 여길 나간 다음부터는 조용히 입 다물고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야. 스스로도 느끼고 있겠지만, 세이지는 여기 근무하면서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어. 앞으로 히메노츠지 가에 대한 일이 어떻게 되든 간에, 세이지는 여기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절대로 두번 다시 발설해서는 안돼. 알겠어?"

"...으, 응."

나는 어눌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밖에 나가서 그런 걸 이야기해봤자 누구하나 믿어줄 사람이나 있을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아니, 애초에 내가 알고있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야 뭐, 이야기할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어렵지 않지."

"그럼 됐어."

나의 대답을 듣고, 호리사카는 약간 홀가분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됐어. 지금 한 대답, 잊지 말도록 해. 사실 오늘 여기 온 건 세이지한테 그걸 당부하기 위해서였어. 아마 히메노츠지 사오리나 히메노츠지 최강의 남자 쪽에서도 세이지를 찾아와서 입 다물고 조용히 살라고 요구해올거야. 그 약속만 지키면 남은 인생 번거로워질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해."

"호리사카..."

나는 뒤늦은 고마움을 담아 호리사카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핏 하고 못마땅한 소리를 냈다. 내 시선을 털어내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그녀는 말했다.

"됐어. 사실 세이지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이시하라 로쿠로, 그 영감탱이 덕분이니까. 그 영감이 분기탱천해서 죄다 뒤집어 엎으려고 날뛰지 않았으면 세이지도 입 다물겠다는 약속 하나만으로는 놓여날 수 없었어. 그러니까 감사하려거든 그 노인네한테 해."

코에 걸친 안경을 단호하게 밀어올리면서, 호리사카는 돌아섰다.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그녀는 담담하게 말해온다.

"그렇게 됐으니까, 세이지와는 여기에서 안녕. 아마 두번 다시 만날 수는 없을거야. 이런 거, 세이지한테는 별로 맞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네. 세이지는 지금까지 살던대로 적당히 그렇게 사는 게 좋을까나."

그렇게 말해놓고, 호리사카는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섰다. 그녀가 연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가 나기 전에, 나는 목소리를 크게 해서 다시 한번 말했다.

"호리사카...고맙다."

"......"

문 저쪽에서 잠시 멈칫하는 기척이 있었지만, 호리사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혼자 남은 병실에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리사카의 이야기 덕분에, 린을 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호리사카가 나의 병실에 다녀가고 얼마 뒤.

일단은 나도 아무런 부상도 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뿐인 몸이라는 것을 깨닫고, 린이 어느 병실에 입원해 있는 것인지 찾아가보기로 했다.

마침 세이카 씨가 두 손에 먹을 걸 들고 헐레벌떡 뛰어온 참이어서, 둘이 마주앉아 아침식사를 하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덧붙여 세이카 씨는 아직 식지도 불지도 않은 유부우동을 정말로 사왔던 것이지만, 정작 주문자인 호리사카는 자취를 감추어 버려, 그 우동은 우리 둘이 나누어 먹을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그렇게 늦은 아침식사를 한 뒤, 나는 세이카 씨와 함께 린의 병실에 찾아들어갔다.

병실에 누워있는 린의 모습은 처참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이제 막 의식이 회복된 참이라고 했다. 환자의 안정을 위해 정숙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이 있었지만, 나는 침대에 누운 린을 본 순간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왼쪽 눈을 비스듬이 가리듯이 붕대로 둘러 감고, 한번 뼈가 빠져나갔던 목은 기브스로 고정되어 있다. 혈색 없이 창백한 얼굴에 오른쪽 눈만을 멀겋게 뜨고, 생기라고는 없이 말라붙은 입술 사이로 가느다랗게 숨을 내쉬며 누워 있는 작은 소녀는, 이미 죽은 시체처럼 섬뜩하기 그지없는 모양이었다.

"린..."

무심코 린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침대 쪽으로 한발짝 다가섰다.

"...오빠...?"

나의 모습을 본 린의 오른쪽 눈이 파르르 떨렸다.

힘에 부친다는 듯 반쯤 뜬 눈으로, 린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우리들은 잠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먹칠을 해놓은 것 처럼 속을 들여다볼 수 없이 어둡기만 했던 린의 눈동자에는, 이제 조그마한 빛이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그런 린의 눈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회한과 두려움 뿐.

나를 본 뒤에도 한참이나 머뭇거리고 있던 린은, 주저하는 빛이 역력한 얼굴로 자그맣게 입을 열었다.

"...오빠..."

"...응."

나라고 해서, 딱히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짧게 대답할 뿐인 나에게, 린은 빈껍데기같이 생기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해..."

린은 힘겹게 뜨고 있던 눈을 내리감았다. 핏기없이 하얗게 뜬 얼굴이 죄책감으로 흐려져 있었다.

"...나, 오빠한테 나쁜 일을 하려고 한거구나..."

"린..."

린이 스스로를 '나' 라고 부르는 것은, 나에게 있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린의 입으로부터 처음 나온 그 단어에 기분이 묘해지면서도, 어쩐 일인지 그것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게 여겨졌다.

눈을 감은 채로, 린은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는 알았으니까... 내가 오빠한테 하려고 했던 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왔던 일도...모두, 잘못되어있었다는 걸..."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린이 십 수년의 인생 끝에 스스로 깨달은 진실이라는 것은, 린 자신에게는 실로 지옥같은 고통일 터.

몸과 정신이 모두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꿈에서 깨어난 소녀는, 애써 강한 척 태연히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내 안에 있던 수많은 친구들도, 아빠도, 모두 사라져버렸어. 내가 알고 있던 건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었던 거니까. 전부 내가 만들어낸 거짓이었던 거니까..."

린의 몸은, 여느때보다도 한층 더 움츠러든 것 처럼 안쓰러워 보였다. 상처입고 잔뜩 웅크린 것 같은 표정으로, 소녀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나는...정말, 바보였던거구나..."

"린..."

내리감은 린의 오른쪽 눈에 조그맣게 눈물이 고였다.

한발짝 더 다가서려는 나를 고개를 내저어 물리치고, 린은 들릴락 말락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쉬고 싶어..."

눈물맺힌 눈을 한사코 꾹 감은 채로, 린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린의 힘없는 축객령에 따라 그대로 돌아 나가지는 않는다.

아까부터 세이카 씨가 나의 왼손을 감싸잡고 무언가를 눈빛으로 말하고 있기도 했지만, 이대로 린의 병실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알고 있다.

여기에서 린을 두고 나가버리면, 이제 막 새로 태어난 이 소녀를 구원할 길은 영영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럴 수는 없다.

나는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어, 눈을 감고 있는 린에게로 다가간다. 나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물방울 맺힌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린..."

세이카 씨가 잡아준 왼손을 린의 이마에 얹으며, 침대에 누운 소녀를 불렀다.

"......!"

린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움찔거리지만, 끝내 말을 하지는 않는다. 억지로 눌러 참는 것처럼 입을 앙다문 채로, 작은 몸을 흠칫흠칫 떨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말해도 괜찮아, 린."

"!"

린의 몸이 경련했다.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 듯이 그렇게.

나는 다시 말했다.

"같이 있어 달라고, 말해도 괜찮아...린."

린은 눈을 떴다.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눈을 간신히 떠서, 의혹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소녀는 한마디 말만을 입 밖으로 내놓는 것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 한마디로부터, 소녀가 느꼈을 불안감과 절망을 알 수 있다. 얼마만큼의 번민과 슬픔에 휩싸여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말했다.

"나도, 린을 좋아하니까."

린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저것은 린이 나에게 처음으로 보여준 놀라는 표정일 것이다.

그 얼굴에 어쩐지 가슴이 찡해져오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덧붙였다.

"나도, 린이 곁에 있어준다면 기쁠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해준다면 좋다고 생각해."

"..................!"

아무 말 없이 묘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린의 눈에서, 잠시 후 마침내 맺혀있던 눈물이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그래도 되는거야? 나, 오빠의 곁에 있어도 괜찮은걸까... 오빠에게 그런 짓 해버렸는데도, 정말로...?"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은, 오래 참았던 것인 만큼 쉴새없이 넘쳐흘렀다.

어쩌면 세상에 나서 이제 막, 처음으로 진정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소녀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나는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여 준다.

"응. 나는 린의 오빠이니까... 모르고 저지른 잘못은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내가 린의 손에 죽을 뻔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린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혼자만의 세계에서 외롭게 살아온 린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보다 더욱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일까-

린은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나...오빠한테 나쁜 짓 해버려서, 이젠 다시는, 오빠랑 같이 있을 수 없다고, 곁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그래도, 그래도 나는 오빠가 너무 좋은걸...! 린에게는 이제 오빠 뿐인데... 하지만, 말할 수가, 없어서...!"

"으응..."

두서없이 툭툭 끊어지며 들려오는 린의 울음소리를 덮듯이, 나는 한층 더 진득하게 린의 머리를 끌어안는다.

...아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말 좋아하게 되어버린 거구나...이 아이를...)'

흐느껴 우는 린의 작은 머리를 내려다보며,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린에게 느끼는 애정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이 되어, 나는 낮은 소리로 속삭여 당부한다.

"오빠는 린이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해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저지른 죄는 이제 되돌릴 수 없어...그러니까, 제대로 죄값을 치르면서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돼, 린..."

"응..."

린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을 친구로 삼아 외로이 지내온 소녀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괴로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몇십 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인 이상, 그 죄과에 대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호리사카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주먹을 쥔다.

린을 아무 죄도 없는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남은 평생 동안을 독방 속에서 혼자 보내도록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 다시 한번 형무소의 교도관이 되어서라도 린의 곁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고서, 눈물 젖은 얼굴에 띄워올린 린의 미소는- 내가 상상 속에서 그려왔던 대로, 언제까지나 형무소 안에 가두어 놓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었으니까.

* * *
 
그로부터 며칠 후.

나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린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좋아져, 골절상을 제외한 경미한 부상은 모두 회복되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가는 린의 모습을 확인하느라 날마다 린의 병실에 들리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린 병원생활 도중, 린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 중 하나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린이 퇴원하기 사흘 전의 일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놀라운 회복력, 아니, 생명력입니다."

알 굵은 안경을 끼고, 머리가 반쯤 벗겨진 오십줄의 의사가 말했다.

"부러진 뼈가 저렇게 빠르게 붙다니, 아무리 그럴 나이라고는 해도 너무 빨라요. 놀랐습니다."

"그런가요..."

나는 말끝을 흐렸다.

특별 수감동에 관계된 사람이 우르르 입원해있는 이 병원이, 호죠 소장과 무슨 관계가 있는 곳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특별 수감동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입막음을 당한 나는, 세이카 씨와 린을 제외한 병원 안의 누구와도 구태여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오늘은 어쩐 일인지 린의 담당 의사 중의 하나가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다.

"세이지 씨. 저 아이...나이가 열 여섯이라고 하셨던가요?"

"예...실제로는 그렇지만..."

대체 이 작자가 무슨 속셈일까 머리를 굴리는 사이, 의사는 힐끔 눈치를 살피며 물어왔다. 왜 그런 걸 물어보나 싶으면서도, 어차피 알고서 물어보는 것일테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의사는 웃었다.

"신기해서 말입니다. 세이지 씨, 알고 계십니까? 저 아이가 요즘 성장하고 있다는 것."

"......?"

...당연한거 아닌가? 나는 어리둥절해서 그를 쳐다보았다. 열 여섯살 짜리 여자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게 뭐가 이상하냐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나와 얼굴을 마주친 의사가 미소를 더욱 짙게 했다.

"아, 모르고 계셨습니까. 저 아이, 지금까지 성장이 멈춰 있었어요."

"성장이 멈춰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드문 일은 아닙니다. 성장기에 영양 공급이 부족했다거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거나 했을 때 성장이 정지되는 경우가 있죠. 저 아이의 경우엔 그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일어났어요. 그래서 나이에 맞지 않게 체형이 열살 짜리인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멈춘 성장이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 모양이었다. 의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짓궂게 웃음지으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정체되어있던 성장이 2차성징과 맞물려 재개된 것 같아요. 이대로라면 얼마 안가서 나이에 맞는 체형으로 자라날 겁니다. 몸의 회복력이 빠른 것도 이것과 연관이 있겠죠."

"다행이군요."

린의 왜소한 체구가 항상 안쓰럽던 나이기에, 그것은 더할나위 없는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의사가 보고 있는 앞에서 너무 싱글벙글 할수도 없다. 억지로 기쁨을 참고 짧게 대답하는 나에게, 의사는 곁눈질을 해오며 물어왔다.

"그리고, 세이지 씨...실례지만 한가지 물어봐도 괜찮을지?"

"아, 그 전에 말입니다만..."

나는 의사의 질문을 끊었다.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지난 며칠 간 내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고 맴도는 의문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이런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려 가며, 나는 린이 나타내보인 증상에 대해서 설명했다.

린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고, 마치 한 사람 속에 여러 명의 인격이 들어있었던 것 같았던 그 때의 상황에 대해서만 간략히. 의사는 그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 인격 장애라고도 하죠. 쉽게 말해 한 사람 몸에 인격이 여러개인 거요. 제 전공은 아닙니다만, 정신과 쪽 친구들도 별로 아는 건 없을겁니다. 영화에나 나오는 질환이라는거죠.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 뭐라도?"

"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러면, 그...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의 인격은 각자 다른 거라는..."

"글쎄요. 이야기는 분분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그 다른 인격이라는 것도 한 사람의 또다른 자아라거나, 심층심리 속에 숨겨져있던 내면의 일종이라거나 하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결국 그 인격들이 모두 다른 게 아니라 결국 하나라는 거겠죠. 치료법도 그쪽 방향을 중심으로 잡고 나가는 것 같고."

"하아..."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결국 모든 인격이 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다른 인격이 표면으로 나와 있다고 해도...'그 사람' 본인이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른 인격도 알 수 없는 겁니까?"

"예, 알 수 없습니다."

즉답이었다.

"a인격이 알고 있는 일을 b인격이 모를 수도 있지만, 그것도 결국 하나로 합쳐보면 동전의 앞 뒤와 같습니다. b인격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은 머릿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알고 있는 사실인거죠. a인격은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b인격은 그럴 수 없다. 그 뿐입니다. 아무리 인격이 여러개라고 해도 결국 뇌는 하나이니까요."

"...그렇군요..."

나는 만족했고, 의사는 아까 하려다 만 질문을 가지고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돌아갔다.

의사는 린의 회복속도로 볼 때 며칠 이내로 퇴원할 수 있을거라고, 나도 곧 퇴원수속을 밟을 준비를 하는게 좋을 거라고 충고했다. 나는 딱히 아픈 곳도 없으면서 린을 만나기 위해 병원에 눌러앉아 있었던 것이다.

의사가 돌아간 뒤, 나는 며칠 전 그 때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있었던 일은 지난 며칠 간 나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을 선사해 주었지만,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지금도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의사는 말했다. 아무리 다른 인격이라도, 결국 하나에서 갈라져나온 이상 뇌가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알 수는 없다고.

하지만,

특별 수감동이 불타오르던 그날 세이카 씨의 품에 안겨 기절하기 직전, 린은 분명히 말했었다.

-세이카 씨, 고마워. 라고.

내 기억에 의하면, 린은 그때까지 세이카 씨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했다.

린의 앞에서 세이카 씨의 이름을 부른 적은 한번 있지만, 그 직후 나타난 것은 세이카 씨가 아닌 로쿠로 씨였다. 린이 생전 처음 보는 흑발의 여자에게 '세이카 씨' 라고 정확히 이름을 부를만한 여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혼절하기 전 린의 목소리는, 잦아들어가는 통에 제대로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나의 목소리였었다.

"......"

나는 한숨을 쉬었다.

지난 며칠 간 이 일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와 함께 그 목소리를 들은 세이카 씨로 말할 것 같으면 그날 이후 모든 것을 다 까먹어버린 모양, 큰맘먹고 이야기를 꺼내봤는데 기억조차 하지 못해서 실망했다.

뭐...이제와서 그런 것 따위, 아무 상관도 없나...

나는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 궁금한 일이긴 하지만, 구태여 끝까지 비밀을 파헤쳐야 할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일은, 린이 퇴원하고 난 뒤에서부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시 린의 병실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참, 여담이지만.

의사가 나에게 한 질문은 린이 병원에 오기 전에 벌에 쏘인 일이 있었냐는 것이었다. 수술 도중 린의 체내에서 치사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벌독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보통의 벌독보다 월등히 강한 독성을 가진 독인데도 불구하고, 린의 몸에는 아무 영향도 없었다고 한다. 비정상적으로 많이 검출된 그 벌독이, 장기간에 걸쳐 린의 몸에 축적되어온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니, 축적되었을 뿐 아니라 이따끔씩 체외로 배출되었던 흔적이 있다고, 마치 몸 안에서 벌독이 생성되어온 것 같다고 의사는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뜬금없는 이야기여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어처구니 없는 소리였다.

* * *

...7년 뒤.

"...다음."

어느 고아원의 안뜰, 임시로 마련된 천막 속에서 메마른 음성이 들려온다.

허름한 천막과는 다르게, 그 안에 놓여있는 것은 한눈에도 엄청나 보이는 각종 의료기구들이다. 건드리기만 해도 때가 탈 것 같은 그 반짝이는 기구들에 압도된 것인지, 천막 안에 줄지어 서 있는 아이들의 얼굴은 불안불안했다.

...아니, 애들이 겁에 질린 건 다른 것 때문인가.

나는 천막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아이들을 하나씩 진료하고 차트를 기록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확인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줄을 서 있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자세가 뻣뻣이 굳어지는 것을 보니 내 예상이 맞는 모양이었다.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아침저녁으로 이를 꼭 닦도록. 안그러면 얼마 안있어서 이를 해넣어야 할텐데, 난 치과 쪽은 별로 자신이 없어서 약간 아파질테니까...다음."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입을 가리는 아이를 고갯짓만으로 나가도록 만든 뒤, 제물을 받아들이는 마왕처럼 다음 아이를 불러들이는 여자.

...믿기지 않게도, 린이다.

7년 전부터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한 린은,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훌륭한 아가씨가 되어 있다. 키는 나보다 약간 작을 뿐이어서, 한 손만으로 안아들 수 있었던 옛날의 그 어린아이는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다.

다만 반쯤 세어버린 머리만큼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지금의 린은 허리까지 자란 은발의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어 내려뜨리고 있었다. 이따끔 둘만 있을 때에는 양갈래머리를 할 때도 있지만...

솔직히, 이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린에게 양갈래머리가 어울리지 않게 된 것은...

7년 전-

사이기쿠 형무소에서 있었던 화재사건이 어느정도 수습되고, 린의 부상이 나아 퇴원한 뒤. 사후처리는 대부분 호리사카가 예상한대로 돌아갔다.

불타버린 특별 수감동은 사오리의 '별장'을 제외하고는 복원될 계획 없이 폐쇄되었고, 수감되어 있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세이카 씨가 석방되고, 린이 여전히 호죠 소장의 관할하에 있게 되었다는 것이 호리사카의 예상에서 빗나간 두 가지였다.

그 두가지는 모두, 호죠 소장의 약점을 쥔 로쿠로 씨가 강력하게 요구한 것들이었다. 린에 대한 것은 내가 세이카 씨를 통해 은근슬쩍 부탁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효과는 있었다. 호죠 소장의 관할하에서 구속복과 독방을 면한 린은, 5년 복역 끝에 2년 전 석방되었던 것이다.

...물론 합법적인 석방은 아니다.

뭐라고 해도, 사람을 수십명 단위로 죽인 범죄자가 단 5년으로 풀려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언론이나 피해자 측에서는 아직도 린이 형무소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시민으로서의 권리나 의무 같은 것은 복구되지 않아, 린은 현재 서류상으로는 사회에 없는 사람인 상태였다.

무지막지한 위법이었지만, 그나마 가능했던 것도 로쿠로 씨가 호죠 소장과 한 거래 덕분이었다. 단지 세이카 씨의 부탁을 받았을 뿐인데, 로쿠로 씨는 싫은 기색 없이(아니 참, 싫은 기색은 했다. 엄청 많이)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뭐, 예상한대로 해고되었다. 형식적으로는 화재 때 입은 부상으로 더이상의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지만 어쨌든.

해고되기 며칠 전, 호리사카가 말한대로 사오리와 레이 쪽에서 차례대로 찾아와 입단속을 당부하는 통에 약간 긴장했었지만...양측 모두, 예상보다 선선히 나를 놓아주었다. 아무래도 그때 등장한 로쿠로 씨 때문에, 나같은 것에는 더이상 신경쓸 수 없을 정도로 바빠진 거겠지.

사오리는 그래도 그동안 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오리의 번호에 한번도 전화를 걸지 않았다. 호리사카가 당부한대로, 그 뒤로 히메노츠지 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린과 함께 하는 지금의 이 행복한 생활에, 다른 어떤 것도 더는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눈을 깜박였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천막 안에 줄서있던 아이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없었다. 나는 천막 속으로 걸어들어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린에게 말을 걸었다.

"오전은 이걸로 끝났구나.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오빠."

나를 알아본 린이,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7년 전 그날부터 린의 얼굴에 새로이 생겨난, 너무나도 보기 좋은 아름다운 미소다.

"...엄청 무서워하고 있더라, 애들."

"...무서워하라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걸어가는 길에, 린과 함께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말에, 린은 언제나처럼 삐친 듯 입을 삐죽였다.

"좀 웃어보는게 어떨까나. 그렇게 입을 딱 다물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웃고 있어도 무서워하는걸."

"그때는 주사 놓을 때였으니까 그런거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나와 같이 있을 때는 그렇게 예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서, 왜 아이들 앞에서는 그러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오빠, 바보."

"뭐라고?"

"...몰라."

입고 있는 하얀 가운을 홱 잡아채며, 린은 약간 토라진 소리를 냈다.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어째서 이렇게 변한듯 안변한듯 행동하는거야, 이 녀석은.

세월이 7년이 지나고 몸도 자라났으면서, 린은 7년 전 어린아이였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행동했다. 7년 전이 너무 어른스러웠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저 무심한 말투마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건 약간 섭섭하다.

뭐,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표정이 풍부해졌으니 된건가.

린이 의사(?)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년 전 석방된 린이 갑자기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고작 1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정상적인 의료자격증을 가진 것은 아니다. 사실상 모든 사회적 자격이 말소되어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린이, 제대로 된 의사시험을 볼 수 있을 리 없는 것이니까.

결국 독학으로 의학서적을 탐독하고, 로쿠로 씨의 도움을 받아 불법적인 여러 커리큘럼을 밟아야 했다. 그 결과 1년 반만에 린은...

훌륭한 무면허 불법 의사가 되었다.

"......"

훌륭한 무면허 의사라고 하면 좀 안쓰럽지만, 확실히 린의 실력은 대단했다.

로쿠로 씨의 주선으로 불법적인 병원을 차려서(로쿠로 씨는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는 가히 전문가였다) 그곳에서 긁어들인 돈으로 세이카 씨의 손발이 닿는 복지단체를 돌아다니며 무료 진료를 하는데 한번도 치료에 실패한 일이 없을 정도였다. 종합병원에서 고개를 가로저은 중환자를 끝끝내 살려낸 적도 있었다.  

...그런 린이지만, 어쩐지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하긴 의사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는 없는 법이지만...어쨌든 진료할 때의 린은 너무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흑요석처럼 새까만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걸 보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라도 겁을 먹겠다 싶을 정도다.

문득, 린이 조용한 소리를 냈다.

"...아. 세이카 언니다."

"정말이네."

시선을 돌려보면, 맞은편에서 손을 흔들며 가까워지고 있는 수녀복 차림의 여자- 세이카 씨가 있다. 우리는 마주 손을 흔들면서 세이카 씨에게로 다가갔다. 어쩐지 약간 급한 기색으로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두 사람, 이제 오고 계셨군요-"

숨결까지 흐트러져서 반가운듯 미소짓는 세이카 씨. 린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아무 말 없이 두 팔을 벌려 세이카 씨를 껴안았다.

"리, 린...?"

"...세이카 언니, 안녕."

당황해하는 세이카 씨는 아랑곳 않고, 린은 세이카 씨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나른한 소리를 낸다.

2년 전 출소한 이후, 린이 나만큼이나 잘 따르게 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세이카 씨다.

실제로는 몇번 마주치지도 않은 사이였던 두 사람은 금세 친해져서 언니 동생으로 지내게 되었고, 린은 틈이 날때마다 진짜 언니에게 대하듯이 세이카 씨에게 안겨 부닐곤 했다. 세이카 씨도 곤란해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스물 세 살이나 먹은 처녀가 의사 가운을 입고 언니 품에 안겨서 갸릉거리는 것도 좀 어떨까 싶긴 하지만.

"리, 린...? 일단 이걸 놓고-"

"...싫어."

린이 고개를 내두름에 따라 찰랑찰랑 흔들리는 수녀복 아래의 융기. 저런 옷을 입고도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요... 라고 해야 하나, 언제까지 커질 겁니까. 세이카 씨의 가슴.

옛날에도 이미 다이너마이트 수준이었던 세이카 씨의 몸매는, 스물 여덟살인 지금 완전히 무르익어있었다. 린이 내 앞에서 보란듯이 세이카 씨에게 매달려 장난을 칠 때마다 이런저런 굴곡들이 전부 보이는데, 매우 곤란하니 그만두어주었으면 싶다. ...아니, 정말로.

세이카 씨는 한참을 린에게 붙잡혀 있다가 간신히 놓여났다. 처음보다 더 흐트러진 숨을 내뱉게 된 세이카 씨가, 우리 둘을 향해 애써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점심식사 시간이라 두 분이랑 같이 식사하려고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습니다만, 마침 오고 계셨군요.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아아."

물론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방금 전까지 린에게 그렇게 시달림당했으면서도 '같이 가자' 라고 말할 수 있다니, 역시 세이카 씨는 대단하구나...

라든가 생각하면서, 나는 두 사람과 함께 걸었다. 동경하는 언니를 만난 소녀처럼, 린은 세이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어제도 또 한명, 죽을 뻔 했던 사람을 살려냈어. 이번엔 특히 힘들었지만... 이걸로 여섯 명째."

"어머나, 장하구나, 린..."

약간 부끄러운 듯이 더듬거리며 이야기하는 린. 미소를 지으며 그런 린을 칭찬해주는 세이카 씨. 두 사람의 모습이 정말 사이좋은 자매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린이 의사가 되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의사가 되어서...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죽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어...

그때 린이 한 말은 이것이 전부였지만, 나는 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린 자신도, 5년 동안의 속죄만으로는 자신의 죄를 갚을 수 없다는 걸 이해한 거겠지. 사람을 해치는 것으로 지은 죄라면, 사람을 구하는 것으로 죄갚음을 대신하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린이 1년 반만에 사람을 구하는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아마도, 단순히 린의 머리가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이 해친 생명에 대해 속죄하기 위한 마음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에, 마음먹은 바를 이룬 것은 아니었을까.

"린..."

나는 무심코 손을 내밀어, 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젠 나만큼 키가 커버려서 머리에 손을 올리기도 어색해져버렸지만, 어쩐지 지금은 린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기분이었다.

"...오빠?"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어지게 되어서인지, 린이 의아한 얼굴을 한다. 세이카 씨도 눈을 둥글게 뜨고 이쪽을 보고 있다.

"아니..."

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픽 웃었다. 놀란 표정을 한 두 사람의 얼굴이, 묘하게도 닮아있었던 것이다.

"...? 세이지 씨, 왜 그러십니까?"

"...오빠, 이상해."

두 사람이 제각기 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계속 웃었다.

알 수 없다는 듯 입을 내밀고 있는 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린이 의사가 아니라 세이카 씨 같은 사람이 되고싶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린은 자신이 바라는대로, 세이카 씨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몸 만이 아닌, 마음까지 치료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렇다면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린의 곁에 있을 나의 몫이라고, 나는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다짐했던 것이다.


.
.
.

-END-

[알림] 아오카 린 루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알림] 엔딩 종류: 아오카 린(진) + 호시노 세이카(서브)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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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교미입니다. 2만 5천자입니다.

린 루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엔딩입니다.

나름대로 해피엔딩으로 하려고 했는데, 어떨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린이 성장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해피하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군요...-_;; 후일담을 쓰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멈춰있던 성장이 다시 시작된다는 자체가 린의 새로운 삶을 암시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세이카(진) 쪽으로 갔으면 성장 안했을지도(...)

린 루트로 왔을 때 특별 수감동에 대한 처리는 저렇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굳이 하지 않았지만, 크게 잘못된 사람은 아마 없겠지요.

아무튼 이렇게 되어서, 작년 9월부터 써온 교도소 미연시도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캐릭터들의 후일담은 쓴 느낌이고, 이제 저에게도 시간이 없군요 ;;

앞으로 당분간...1, 2년 사이에 장편의 글을 쓸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긴 하지만 그건 제 목표가 일단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쓰도록 하는 것으로...

약 8개월동안 제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던 것을 하나 덜어내게 되어 마음 편안합니다. 그동안 작가마저도 쓰느라 지친 글에 흔들림없이 댓글 달아주시고 격려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진짜 진심으로 -_-;;; 감사드립니다.

그럼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당분간 이 이글루는 잡담용이나 괴상한 것 전용으로 쓰이겠습니다만, 나중에라도 새로운 글을 쓸 때 다시금 작가와 독자로 만나뵈었으면 기쁘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덧글

  • 내맘대로살자 2011/05/14 23:21 #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긴 여정이었군요.
  • 오버정우기 2011/05/18 09:21 #

    이놈은 왜 생판 모르는 사람처럼 댓글을 달고 난리야 정중하게 답글 달뻔했네!
  • 쿠진 2011/05/14 23:25 # 답글

    정말 수고많았다. ^ㅇ^
  • 오버정우기 2011/05/18 09:21 #

  • 優羽 2011/05/14 23:33 #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린을 밀어서 행복했습니다ㅠㅠㅠ
  • 오버정우기 2011/05/18 09:22 #

    행복하셔서 다행입니다(...) 린땅 파 여러분 행복하세요
  • 로크네스 2011/05/14 23:41 # 답글

    "특히 린이 성장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해피하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군요"
    젠장,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면 이과계 아가씨도 좋아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과 로리(aka 옥스토비 로리)와 비-이과 로리에 이어서 3위로 좋아합니다. 린한테 옥스토비 과외받고 싶습니다. 린한테 진료받고 싶습니다. 린하고 공동연구하고 싶습니다. 린의 논문에 공저자로 올라가고 싶습니다. 제 논문에 린을 공저자로 올리고 싶습니다. 린하고 같이 노벨상을 받고 싶습니다. 이게 이과생의 로망이죠.
    뭐어, 깔끔하고 해피한 엔딩이네요. 다들 행복해진 것 같아서 기쁩니다.
    지금까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버정우기 2011/05/18 09:23 #

    나머지는 안되겠지만 로크네스님의 논문에 공저자로 올리시는 건 상관없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훗훗
    일부러 좀 뒤끝을 남겨둔 부분도 있지만 해피한 엔딩은 해피한 엔딩이지요. 옥스토비 로리라는 좋은 어감을 알려주신 로크네스님께 감사드립니다 (...)
  • 코양이 2011/05/14 23:44 # 답글

    결국 가장 불행한건 호리사카였다! 루트도 하나 없고! CG도 개판이고!
  • 오버정우기 2011/05/18 09:24 #

    가장 많이 출연했으니까 그냥 그걸로 어떻게...우물쭈물
    cg 개판이라는 말에는 할말이 없지만요 -_;; 작가가 인터뷰때 너무 시달려서 그런가..
  • 콘푸레이크 2011/05/15 05:38 # 답글

    이때까지 고생하셨습니다. 교도소 사람들은 이런식으로 흩어지는군요.
    정말 게임이라면 별의별 루트를 다 볼 수 있을텐데...(호죠 소장 루트라던지 스즈하라 선배 루트라던지 아니면 다른 인물들 더 추가.) 아쉽습니다. 특히 호리사카 루트가. 호리사카의 과거도 참 굴곡이 많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감상을 쓰고 문득 선택지를 선택하려다가 이제는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이 참 아쉽게 다가옵니다. 그 동안의 습관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군요. [웃음]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이야기로 뵐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 오버정우기 2011/05/18 09:27 #

    제게 시간과 의욕이 조금만 더 많았어도 최소한 게임북 형식 정도로는 만들 수 있었을 것을...안타깝군요. 사실 호리사카에 대해서는 두 루트 엔딩에서 대강 다 나온 관계로;;
    저도 x번 x표째입니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벌써부터 허전해지는군요.
    제가 살아있는 한 언젠가 다른 글을 쓸 기회가 있겠지요, 그때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2011/05/15 05:4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오버정우기 2011/05/18 09:32 #

    에...이건 제가 엔딩에 여운을 남긴답시고 집어넣은 장면인데, 세부설명이 안들어가서 그런지 역시 어색하게 되었군요;;
    이건...그겁니다. 지난 회에서 린이 리타이어하기 직전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씬. 그거랑 연관이 있습니다. 린 루트 초반에서 린이 말했던 '린의 안에서 오빠가 점점 커져가' 라는 대사와, 린이 처음으로 다른 생명체를 자신의 다른 자아로 받아들였을 때의 행동 같은게 블라블라블라...

    어쨌든 일단 세이카 씨에 의해서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사실 그 이면에 숨겨진 다른 무언가가 있었을수도 있다는 걸 암시하고 싶었습니다 -_;; 결국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게 되어버려서 망한 느낌이지만요. 이것도 얼개가 잘 안맞는다 싶으시면 제 능력부족을 시인하고 찬찬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콘푸레이크 2011/05/18 09:43 #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부분에 집중하느라고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군요.
    지금 실시간으로 덧글 달고 계시는 듯한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 즐거우시기를.
  • akashic 2011/05/15 08:54 # 답글

    지금까지 감사히 잘 봤습니다.
  • 오버정우기 2011/05/18 09:33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 Mecatama 2011/05/15 11:15 # 답글

    曰. 로리가 미소녀가 되었군요. 로리로리한 미소녀면 좋았을것을. ㅠㅠ
  • 오버정우기 2011/05/18 09:34 #

    미숙한 체형이라는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본인에게는 좀 찝찝할수도 있어서 (...) 서비스해줬습니다. 독자분들께는 독약이었군요
  • 아그린느 2011/05/15 12:26 # 답글

    고생하셨습니다. 세이카씨는 거기서 더 성장하는 겁니까....
  • 오버정우기 2011/05/18 09:35 #

    세이카 씨는 별로 정신적이나 행동 면에서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_;; 7년이나 지났는데 뭔가 변한걸 넣어줘야겠다 싶어서 그냥 신체를 손봐드렸습니다(...) 근데 데려갈 임자도 없는데 성장만 하다니 이것도 비극이로군요
  • .... 2011/05/15 14:10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오늘 처음부터 다봤네요..!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 오버정우기 2011/05/18 09:36 #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이었을텐데 그렇게 금방 읽어주시다니 뿌듯합니다. 좀 더 일찍 뵈어서 투표 받았으면 좋았을텐데요.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 미니 2011/05/15 14:15 # 답글

    아아..
    호리사카는 우동 만들다 중간에 적당히 집어넣은 유부가 되어버렸군요... ;ㅅ;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 오버정우기 2011/05/18 09:37 #

    역시 인터뷰때의 원한이 아직 남아있나봅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격려, 투표해주신 은혜 감사합니다. 언젠가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wizard 2011/05/15 15:34 # 답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결국 세이카는 로쿠로라는 병기의 발동키였군요(먼산)

    PS 하지만 린이 성장할 줄 알았다면 린-세이카서브가 아니라 세이카-린서브로 갈걸 그랬어요[어이!]
  • 오버정우기 2011/05/18 09:38 #

    후후후 그러실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지에서 세이카를 골랐어도 호감도가 50-50으로 동률이기 때문에 어떻게 되었을지는 -_-;;;
    wizard님도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댓글 달아주시고 격려, 투표해주신 점 너무 감사드립니다.
  • 에르미네르 2011/05/15 19:46 # 삭제 답글

    정말 즐겁게 봤습니다. 타 사이트에서 추천글을 보고 바로 달려와서 쭉쭉 보던 보람이 있군요
    //
    로리를 키잡했어.....네이녀석...부럽다
    //
    호리사카는 결국 조언용 npc가 되버렸다...촌장인가?
    //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젠가 다음 작품을 내실때까지 기다릴꼐요
  • 오버정우기 2011/05/18 09:40 #

    아, 생각해보니 저게 키잡이 될수도 있는거군요 (...)

    예, 호리사카는 촌장입니다... 모든 루트 엔딩에서 저렇게 튀어나와서 설명해주고 사라집니다. 가엾군요

    기다려만 주신다면 언젠가 다시 뵐 날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저를 잊지 말아주시어요 -_;; 그동안 격려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 칸드 2011/05/15 19:53 # 삭제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깔끔한 마무리네요.
  • 오버정우기 2011/05/18 09:41 #

    칸드님께도 그동안 댓글달아주신점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다시 뵐 날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 보노보노 2011/05/15 20:50 # 삭제 답글

    망할 꼬맹이가 수녀님의 큐티 프리티 소사이어티 치유빔- 에 맞아서 블랙잭이 되었다는 좋은 이야기 였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그런 이유로 로리가 사라졌으니 로리를 외치는 로리콘들은 닭쫒던 개 신세가 되는 거군요!
    정말 좋은 이야기다!
  • 오버정우기 2011/05/18 09:42 #

    닭쫓던 개 신세라니...이렇게 신랄한 비유가? (...)

    뭐...그동안 린땅 파(;;)의 기세가 너무 강렬해서 이래저래 글 진행에 심려가 많았다거나 해서 성장시켜버린 건 아니올시다... 아니구 말구요.
  • 나유타 2011/05/16 18:11 # 삭제 답글

    가엾은 호리사카ㅠㅠ 사실상 조언용 또는 해설용 캐릭터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라 이런 이별에 대해 불만은 없지만, 왠지 마지막에 유부우동 한 그릇 정도는 먹여서 보내줄걸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습니다. 하기야 호리사카 정도라면 세이지 잊고 자기만의 유쾌한 삶을 살았겠지요. 잘가라, 요코 쨩! ^ㅁ^//

    그나저나 호죠 소장님이 얼마나 난감한 표정을 지었을까 하는 것이 대단히 궁금한걸요ㅋㅋㅋ 사오리 루트 때는 모든 것이 소장님의 계.획.대.로.(라이토 썩소) 되었던 진행이었는데, 만들어놓은 패는 날아갔고 이제는 정말 히메노츠지 사오리 쪽이냐 스펜서 레이너 쪽이냐를 결정하셔야겠군요. 타케시가 내린 '히메노츠지의 후계자를 죽여라'라는 사명에 의해서라면 아마도 레이 쪽에 붙지 않을까 하지만........사오리는 강하고 유능한 여왕님이니까요. 호죠 소장님이라면 현명한 선택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린 루트의 엔딩은........뭐랄까, 역시 저는 세이카를 고르는 편이 나았을 것 같네요. 범죄자가 자기 죄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이 받았을 고통을 생각한다면.......) 저는 린이 계속 교도소 생활을 한다는 전제로 선택한 거라서요;;; 뭐, 이미 이렇게 된 거. 린이 앞으로 의사로서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해서 자신이 살해한 생명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원하여 스스로의 죄를 보상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앗, 작가님께 불만을 표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저번에 올려주신 아키라&사오리 엔딩만으로도 제게는 넘쳐흐르는 듯한 만족과 행복이었는걸요*^-^* 그야말로 최상의 엔딩이었고 여전히 저만의 교미는 그것으로 완결을 고했는지라, 보너스로 린&세이카 루트까지 하나 얹어주신 것만으로도 그저 깊이 감사드릴 따름입니다.(꾸벅꾸벅) 그런데 다중인격에 무려 벌독이라니 후덜덜하군요^^;; 과연 끝까지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시네요.

    아아. 이제 정말 끝인건가요. 대체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제는 교미가 혹시 업데이트되지 않았나 두근두근하며 이글루스에 접속하는 즐거움도 더 이상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련합니다. 맛난 코스요리가 끝나고 디저트까지 다 먹었는데도 여전히 입맛을 다시며 더 먹고파하는 그런 기분이에요. 어쨌거나 작년 가을에서부터 지금까지, 정말 즐거웠고 재미있었고 또한 감사했습니다. 그간 참으로 많이 수고하셨으니 이제는 편히 쉬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또 뵐 수 있겠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버정우기 2011/05/18 09:49 #

    호리사카는 엔딩이 날 때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이지에게 이것저것 해설해주고 사라지는 역할입니다(...) 정말 불쌍하죠.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워낙 악랄한 처자라서 -_-;; 제가 진짜 인터뷰때 너무 당해서 이렇게 역할배분을 해놓은건가...

    뭐, 소장이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수감동 사람들 중에서 크게 잘못된 사람은 없다는 코멘트로 대체할 수 있겠지요. 아마 예상하신대로 되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훗훗훗.

    린 엔딩에 대해서는 저도 약간 고민을 했습니다만. 역시 (진)까지 붙은 히로인이 평생 감방에 들어앉아있는건 좀 그렇지 않나 싶어서 꺼내줬습니다 -_;; 나름의 방법으로 속죄하며 살아가겠지요... 원래는 세이카 씨를 따라서 수녀로 만들어버리려고 했는데 이건 세이지가 불쌍해서요.

    언제나 장문의 댓글 달아주시고 격려의 말씀 아끼지 않으신 나유타님께는 진심으로 마음속으로부터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제 속에 들어와계신 것처럼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읽어주신 분도 나유타님이시고, 정말 지난 8개월간 이 글에 있어서 저를 지탱해주신 독자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글을 써왔어도 나유타님만한 독자를 얻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_-;;

    나유타님에 대한 감사는 백마디 천마디 말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무사히 완결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1, 2년 뒤에 문득 생각나서 들러주시면 새로운 글로 다시 뵐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_ _)
  • 키세츠 2011/05/18 13:15 # 답글

    아아.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 ....... 그래요, 이제 끝이군요. 네, 수고했어요. 수고하셨다구요. 제가 왜 이렇게 쌀쌀맞은 표정으로 쳐다보는지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흑!! 흑!! 흑!! 이렇게 끝이라니!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한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날 생각했다면 이럴 수는 없는거야!! 그토록 뜨거웠던 우리의 지난 날들은, 사막에서의 밤들은 모두 이제 거짓인거야? 그런거야? 난 그저.... 인조이였어?






    ....아아, 진, 아니 농담이고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글루스에 들어오던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져버렸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동안 많은 즐거움 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말하고 싶네요. 나중에 책이라도 내시면 연락바랍니다. 기왕이면 사인본 받고 싶어요. 누구 사인이요? 에? 당연히 수녀님 사인이죠. 작가 사인따위는 필요없... 흔하게 손으로 한 사인 말고요, 신체에서 그... 부위로 사인을... 에? 안 된다고요? 뭐 이래?





    ....역시 진ㄷ...아니, 농담이구요.

    이로써 정말 끝이군요. 호리사카를 빼고 다들 진, 서브 엔딩을 보여주었고.... 하긴,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호리사카는 히로인보다는 주인공친구(남자) 같은 분위기라... 인터뷰에서 맹활약해준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군요.

    저는 이 결말에 몹시 만족하고 있습니다. 로리가 더 이상 로리가 아니게 되는 것은 뭐, 세상이치이니 피할 수 없을테고요, 결국은 잘 자라서 세이지의 사랑과 세상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결말. 좋습니다. 다만, 주인 없는 가슴의 인피니티 익스플로젼이 슬프군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 오버정우기 2011/05/19 09:30 #

    사, 사막에서의 밤...?!

    손이 아닌 부위로 사인이라니, 대체 뭘 바라시는겁니까. 그런게 있으면 제가 먼저 챙깁지요

    주인없는 인피니티 익스플로전이라니... 엔딩 소제목으로 딱 어울리는군요 -_-; 이걸로 할걸. 아, 아까워...!

  • 2011/05/18 13: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오버정우기 2011/05/19 09:34 #

    해주시기만 한다면 불감청 고소원입니다, 그건 꼭 보고 싶군요. 특히 2)번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_ _)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 리코리스 2011/05/18 23:48 # 삭제 답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로 즐겁게 봤습니다. 제가 참여하기에는 이 훌륭한 작품을 너무나도 늦게 알았다는 점이 실로 통탄스러우나 그래도 이미 완성된 스토리만으로도 제 눈과 뇌는 몹시도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로리를 성장시켜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 전 로리파보다는 키잡파인지라 (<) 후후, 뭐 린이 교도소를 나왔다는 건 세이카 씨 루트가 함께 진행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스토리였군요. 이전의 아키라 루트도 그렇고 뭔가 항상 서브로 진행이 되야만 제대로 된 엔딩을 보는 것이...마치 작가님께서 흡사 양손의 꽃을 즐기시는 듯 하여 흡족합니다. 물론 세이카 씨는....(먼 산)
  • 오버정우기 2011/05/19 09:37 #

    린의 성장에 대해서는 호평과 절망이 엇갈려서 기분 묘하군요. 모두 절망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이전에도 그렇도 이번에도 진, 서브가 생긴 건 사오리 루트와 린 루트가 가장 폭력적인 루트(...) 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히로인의 도움을 받아야 클리어할 수 있는 루트이기 때문에...양손의 꽃, 도 생각 안한건 아닙니다만.
    ...세이카 씨는 수녀로 하지 말걸...

    뭐어 어쨌든 미흡한 글 즐겁게 읽어주셨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좀더 일찍 뵈어서 투표 받았으면 좋았을텐데요. 행복하세요.
  • 루체 2011/06/03 17:12 # 삭제 답글

    어제 알게돼서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별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미친듯이 재미있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이건 여담인데 사회적인 신분이 말소된 린 & 신분이 있는 세이카라면 이건 이거대로 합법적인 거시기가 될 수 있겠다 싶네요. 저 두 사람이면 수라장도 일어나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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